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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시니어촉탁과 노조 내 세대갈등(노노갈등)

by 국노부장관 2021. 1. 9.

노동운동의 주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해 총 200200만 명 조합원 조직화에 성공했지만 양적인 성장과 달리 내부에선 노노갈등이 심각하다. 이번 글에서는 세대갈등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2020. 9, 현대차 노사는 임금동결에 잠정합의했다. 코로나19코로나 19라는 외적 요인이 있었으나, 실리파였던 이상수지부장이 당선된 것 역시 주효했을 것이다. 언론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되고 투쟁일변도였던 금속노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 '임금 동결' 잠정 합의… 2009년 이후 11년만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동결을 담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기본급 동결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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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조합 안에서는 노노갈등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세대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남양연구소의 평균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정도이다. 반대로 울산공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은 50대에 육박한다. , 곧 퇴직을 앞두고 있고 정년연장이 간절한 것이다. 남양연구소는 사무 연구직 직원들인데, 생산직 직원들에 비해 연봉이 매우 적다.

그래서 소수파인 젊은 직원이 대다수인 남양연구소는 현재의 임금인상을 주로 원했고, 반대로 다수파인 고령 직원들이 많은 울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시니어 촉탁제를 주로 원했다.

노동조합도 결국 정치집단인지라, 이상수 지부장은 결단했야 했을 것이고, 결국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의 노조원들을 위해 임금동결을 선택하고, 반대급부로 시니어촉탁제를 얻어냈다. 정년퇴직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는 어떻게든 시니어 촉탁제를 사측과 마무리 지어야 했다는 게 노동계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현대차 남양 연구직들, 임금 동결에 전원 '반대표' 던진 이유

현대차 남양 연구직들, 임금 동결에 전원 '반대표' 던진 이유, 노동조합원 52.8% 찬성해 가결됐지만 남양 연구직은 모두 '반대표' 노조 내 갈등 깊어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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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젊은 직원들의 완패. 고령 조합원들은 고액의 임금을 받으며 정년을 연장할 수 있었고 젊은 직원들은 계속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게 됐다.

 

시니어촉탁직은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2019년에 합의한 내용인데 정년퇴직 후 1년을 촉탁직으로 추가 근무하는 제도이다. 2020년도에는 촉탁직 대상자 확대와 기간을 확대하기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촉탁직 제도가 현장에서 인기가 많은데, 필요인원은 제한되어 있어서 노노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0년도 시니어촉탁직 별도 합의서 내용 요지>

는 작업조직의 그룹 단위(기존의 반 단위)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부서, 사업부, 유사직무를 고려하여 배치하는 것으로 합의함. 이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된 결과임. 그룹 단위는 현재 근무하는 작업조직 단위와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작업자로서는 새로운 직무나 환경에 대한 부적응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음. 또한, 기숙직 외 다른 직종의 정년퇴직자도 본인이 희망할 경우 시니어 촉탁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함.

 

여기서 늦었지만, 시니어촉탁제가 무엇인지 좀 알아보자.

시니어촉탁제는 임금피크제의 한 유형이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어느 연령에 이른 후(피크) 임금이 하락하는 형태의 임금제를 말한다.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ㅇ 정년연장형 : 정년 자체를 연장하되, 특정 연령부터 임금 감소

ㅇ 고용연장형 : 정년은 그대로 두고, 재계약을 통해 고용 연장

ㅇ 정년보장형 : 정년을 그대로 보장하되, 특정 연령부터 임금 감소

 

다시 노동조합의 세대갈등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노동조합 내 세대갈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노동조합의 본질은 단결그 자체에 있는데, 내부갈등으로 인해 단합에 금이 가는 것은 본질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조합원 평균 연령은2017년대 기준으로 만 45.2세인데, 생산직 들의 연령은 거의 50세에 육박할 것이다. IMF 당시 노동자 대투쟁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었던 87년도 세대의 조합원들이 이제 은퇴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문제는, 젊은 조합원과 고령의 조합원 사이에 원하는 니즈가 확연이 다르다는 점이다.

 

금속노조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30대 모두 "임금 수준과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40대, 50대도 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임금 수준과 근무조건 개선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다.

둘 다 임금 수준의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동상이몽이다.

결국 신념이 있더라도 노동조합이 내 근로조건을 향상해주지 못한다면 조합원은 이탈해나갈 것이다. 젊은 조합원도 참다가 노조 자체에 대해 원망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모두 임금동결이고 모두가 이익이 없다면 너도 배부르지않고 나도 배부르지 않으니, '시기 질투'가 없어서 아무도 불평 없이 끝났을지 모른다.

그런데 젊은 층 입장에서는 고액연봉자인 생산직들이 돈도 많은데 연장까지 되고.. 그 반대급부로 젊은 조합원들을 모두 버린 것처럼 인식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 노조의 입장에서도, 결국 정치집단인지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소수인 젊은 조합원들이 희생하더라도 다수인 생산직들의 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임금동결을 하고 촉탁제를 반대급부로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니어 촉탁직, 임금피크제를 반대급부로 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사례는 비단 현대자동차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사회가 진입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많고, 정년연장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에서는 인건비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정년연장을 하면 임금 인상을 해줄 여력이 크지는 않다. 이런 과정에서 젊은 직원들이 희생을 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결국 고령의 조합원들은 퇴직하고 사라진다. 점점 노조 내에 젊은 조합원들이 없어지고 노동운동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 조합원들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노동조합이 노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첨예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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